2025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전시 소식을 듣고 얼레벌레 찾아보니 전시가 1월 6일까지였다. 다행히 전시가 끝나기 전에 후다닥 다녀왔다. 24년도에 젊은 건축가상의 후보 신청을 위한 심사용 브로슈어를 제출하기 위해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 갔었는데, 그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박물관은 울긋불긋한 낙엽들과 겨울 하늘의 채도와 어우러져 이전에 봤을 때와는 다른 고요한 느낌을 주었다.


크지 않은 전시 공간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복잡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열렬하다는 것 아닐까? 전시를 보다가 주위에서 지인과 이런저런 감상을 나누는 것이 들릴 때면, 홀로 전시를 보러 온 것이 아쉬운 느낌도 든다. 그래도 혼자 전시를 불면 나만의 속도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인 것 같다. 진득하게 전시를 보며 든 생각들을 서툴지만 글로 남기며 복기해 보자!

01
첫 번째 수상자는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이창규, 강정윤 소장님이셨다. 제주도의 지역성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제주 건축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에이루트가 진행해 온 연구작업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건축물이 만들었는지 그 여정을 짧게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제작한 모형이나 전체적인 전시 구성에서도 효과적이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하천리 낮은 집' 프로젝트가 모형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나의 대상지에 세 채의 건축물이 계획되었는데, 각각의 건축물로 접근하는 입구는 어디인지 찾아 보기도 하고 세 건물이 대지의 영역을 어떻게 나눠가지고 있는지 낮은 울타리를 따라가보며 알아보는 것도 즐거웠다.
특히 낮은 집 프로젝트는 대지가 가진 높이차이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점진적으로 건축물이 낮고 깊어지게 배치하고 있는데, 제일 안쪽에 위치한 주택은 높이를 달리하는 벽체들 덕분에 가장 낮은 위치에서도 수직적인 존재감과 리듬감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모형을 봤을 땐 이 벽체의 솟음이 단지 볼륨감을 위한 꾸밈 요소로만 존재하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모형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자연스럽게 의문도 해결되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베케를 통해 건축은 단순하고 검박한 것이 좋고, 길과 자연은 틀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02
두 번째 수상자는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의 홍진표, 정이삭 건축가님이셨다. 2025년 젊은 건축가상 전시에 대한 소식을 에이코랩의 전시 준비 릴스를 통해 접하게 돼서 조금 기대를 했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현대미술의 오브제 같은 느낌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어서 에이코랩 프로젝트의 상세한 내용이나 설계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수상소감 영상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에이코랩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다른 수상자들에 비해 전시 내용이 빈약한 느낌이라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나중에 텀블벅 후원으로 구매한 전시 도록으로 다시 살펴봐야겠다.
03
세 번째 수상자는 전남대학교 김선형 교수님이셨다. 수상 결과를 받고 나서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로부터 많이 축하를 받았다며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셔서 나도 웃으며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교수님의 작품들에서는 '과정이 결과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재료의 물성을 파악해 최적의 조건의 재료를 찾아내고, 조금씩 각도를 틀어가며 모형을 만들어보며 안정적인 구조를 연구하는 집요함이 인상적이었다.
디테일은 단순히 연결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원리이자 형식의 일부가 된다.



04
전시는 길지 않아서 부담 없이 가볍게 둘러보기 좋았다. 그리고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세 팀의 전시 방법이 모두 달라서 그것도 인상적이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서사를 강조한 스토리텔링형 전시 방식의 에이루트, 전시 공간의 오브제로써 작품 패널, 모형과 함께 관련 소품들을 퍼뜨려 놓은 자유분방한 방식의 에이코랩, 연구하고 시도한 과정과 노력의 결과를 조각조각 보여준 김선형 교수님까지. 모두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건축가로서 고민해 온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심한 흔적이 가득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세 수상자 모두 본인들만의 고유한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건축적 작업을 있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웠다.
전시를 보고 난 후에도 김선형 교수님의 수상소감 영상에서 건축 안에는 수많은 갈래가 있으니 그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갈고닦아 나가기를 독려하는 부분이 계속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은 무엇이었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건축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대학생 시절부터 나는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공간들과 짜임새 있는 구성의 평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협소 주택이 많은 일본의 건축물을 좋아했다. 작은 주택들의 평면이 실린 책들을 보면서 좁은 공간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공간 해결 방식에 대해 공부했고, 이후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도 여전히 평면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퍼즐을 조립하듯이 공간을 짜 맞추는 것을 제일 즐거워했다. 요즘에는 리노베이션 건축을 많이 찾아보곤 한다. 앞으로의 미래 건축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혁신 적고 새로운 건축을 만들 수 있을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아있는 건축들을 유의미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에 더 무게중심을 두어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 남겨진 평면을 가지고 똑같은 건물을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짓는다고 해도 그것은 완전히 똑같아질 수 없다. 건축은 지어진 후에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여 완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귀포 관광극장의 철거 소식을 접하고 더더욱 건축의 보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건축을 어디까지 보존해야 하는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의 기준은 무엇인가?
전시 후기에 다루기에는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건축의 보존'을 주제로 다시 정리해 봐야겠다.
연초에 많은 영감과 생각들을 쌓을 수 있었던 전시였다. 굿!
월간 스페이스에 수록된 '10m의 현무암 벽이 허물어지다: 서귀포 관광극장' 꼭 읽어보시길...
몰랐는데 다시 보니 서귀포 관광극장 존치를 위해 노력한 곳이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였다. 이런 우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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