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의 지하철엔 항상 복작복작,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덜컹거리는 차량에 몸을 맡기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지식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책 속에 빠져든 모습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매일 그 모습을 바라보니 나까지 덩달아 열의에 불타서 가방 속에 책 한권을 항상 챙기게 되었다.
역곡에 살고 있는 내가 강남에 위치한 회사에 도착하기까지는 거의 1시간 남짓하는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야 한다. 멍하니 창밖을 보며 따분한 시간을 보내지만, 운 좋게 자리에 앉아서 가는 날엔 챙겨온 책을 주섬주섬 꺼내 한 장씩 읽어 나간다.
책 한권을 진득하게 읽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니 '어라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또, 책의 어떠한 글귀에서 파생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쓰이지 않은 생각들은 너무 쉽게 휘발되는 것 같다. 끈질기게 파고들어서 스스로 결론 지었던 생각들도 다시 떠올리려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또, 같은 문장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이전의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남겨두고자 기록하고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고자 한다. 머리속에서 뒤죽박죽 얽혀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나면 '나는 왜 건축을 하는가?' '왜 건축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끝없는 도돌이표와 같았던 질문에도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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