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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건축가가 되고 싶다

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대학을 졸업하고 3년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건축사무소에 취업하고 1년 7개월 만에 퇴사, UXUI라는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과 배움의 시간을 지나 두 번의 인턴활동까지.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도 들지만, '아직 사회에 나온 지 3년밖에 안 됐다니 앞으로의 미래를 더 고민하고 더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23년도에 건축사사무소에 취뽀했을땐 '15살부터 키워온 건축가라는 꿈의 한 발자국을 내디뎠구나! 이제 시작이다!' 하며 열정이 가득했는데, 24년도에 퇴사할 땐 '이 길이 내가 원하던 길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확실히 대학시절 작업하던 프로젝트와 실제 업무로써 만났던 프로젝트는 많이 달랐다. 대학시절에는 상상하던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주로 고민했다면, 건축 실무는 좀 더 현실적이며 물질적이었다. 평당 설계비용을 계산해 가며 계획된 도면을 조금씩 떼어내고 수정하면서 디자인의 정도를 조절하고, 시공비 문제로 벽체가 없어지거나 이틀 밤을 새 가며 디자인한 외부계단이 평범한 난간이 있는 계단이 되었을 때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거야.'라며 스스로 합리화하며 눈물을 삼켰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감리를 포기했었고, 이러한 설계변경은 그에 대한 대가였다.  
 
건축 경기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는건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설계사무소들이 현상공모전에 몰리게 되었고, 건축가들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당선을 목표로 밤낮없이 고생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나 또한 다수의 공모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집중하게 되었고, 점차 맥락을 가진 건축이 아닌 '당선을 위한 건축'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보다 도면이나 랜더이미지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이런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결과물로는 입선이나 가작은 많이 받았어도 끝내 당선작이 되지는 못했다.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물론 작업물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탈출 게임을 하듯이 건축적 맥락들을 분석해 계획의 핵심을 찾고 공간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우선시되어야 하는 핵심이 어긋나 버린 느낌이었다.  
 
잇단 3개의 공모전을 끝낸 후 10일여간의 긴 여름휴가를보냈다. 호주로 여행을 갔었는데, 광활한 대자연 속에 있으니 여유가 없었던 머릿속이 조금 정리되었다. 휴가가 끝난 후 바로 소장님께 이야기하고 회사를 나왔다. 퇴사 후에 건축기사 자격증 준비를 할지 고민하다가 건축이 아닌 아예 완전히 다른 길을 찾아보고자 했다. 지금껏 건축이 아닌 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UXUI 디자인을 처음 접했을 땐,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었다. UXUI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서비스를 분석하고 디자인한다는 점이 3차원 현실 공간에서 2차원의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차이만 있을 뿐, 건축적 맥락을 찾는 과정과 무척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3개월간 짧은 인턴 기간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후에 UXUI 디자이너로 지원한 곳에서 콘텐츠 디자이너의 직무를 제안받아 현재는 인하우스 기업의 홍보 · 마케팅 팀에 소속된 콘텐츠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자사 랜딩페이지나 굿즈 등의 제품을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살리면서도 트렌디하게 제작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반년 정도를 UXUI, 콘텐츠 디자이너로 지내면서 깨달은 부분은 나는 여전히 건축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직접 디자인한 웹사이트의 URL이 배포되어 사람들이 유입되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 만족스럽지만, 그것이 내가 계획한 도면을 바탕으로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완공된 후에 건물에 들어가 공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는 비교할수는 없다. 확실히 공간을 상상하며 계획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즐거웠고, 진정으로 즐겁다고 느낄 때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으며 작업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건축의 길로 돌아가려고 한다.
 
최근에는 공간 디자이너에도 조금 흥미가 생겼다. 일단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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