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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세상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엔 짱구, 도라에몽, 케로로, 이누야샤, 달빛천사 등등… 정말 재미있는 만화들이 많이 방영되었다. 완전히 투니버스 전성기였다. 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에 방영되는 꽃보다 남자에 전 국민이 빠져있었다. 시청률이 36%가 넘었다니깐 말 다했다. 또, 주말에는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를 보며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게 일상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생이 되어 이리저리 놀러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텔레비전과는 멀어져 갔다. 그나마 유일하게 챙겨본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었는데, 그마저도 종영하고 나니 텔레비전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고철더미가 되었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데스크톱이 나에게는 더 유용하고 쓸모 있는 것이 되었다. 과거 프로그램 방영 시간에 맞춰 리모컨을 들고 기다리던 텔레비전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OTT의 시대가 열리면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영상을 잠시 멈추거나 되돌리고 재생속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충분한 데이터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나만의 텔레비전이 생기는 것이다.

 

OTT 외에도 유튜브, 릴스 등 매일 매시간 새로운 컨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으며 중독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은 손에서 쉽사리 스마트폰을 떼어 놓지 못한다. 과장 없이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심지어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답답해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열심히 만지는 사람도 있다. 스마트폰보다는 데스크톱을 선호하는 나에게 그 광경은 외계인에게 세뇌당하고 있는 인간들 같은 모습이라 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의 눈빛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예전에 어른들은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바보가 된다며 '바보상자'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모두가 휴대용 바보상자를 들고 다니는 꼴이다.

 

이 휴대용 바보상자는 깊이 생각할 필요없는 불량식품 같은 콘텐츠를 보여주며 머리로 사고하는 능력을 빼앗는다. 흘러 들어오는 정보를 무작정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정확하고 필요한 정보인지 스스로 필터링하고 취합해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바보상자에 굴복하지 않으려 나는 눈을 감고 생각의 가지를 펼쳐 나간다. 

 

네모난 기계에 빠지지않으려 네모난 종이에 매달리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마치 '네모의 꿈' 가사 속 이야기 같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스마트폰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주윌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아무튼 그냥 출근길에 사람들을 보다 문뜩 든 생각이다.

그냥 그렇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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