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폴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든 지 딱 2개월 만이다. 취업했다. 감격스러움!
짤막하게나마 취준을 하면서의 들었던 생각들과 면접과정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혹시나 미래에 필요할 수 있응까~
나는 개인적으로 디자인 자유도가 높은 소형 아뜰리에나 건축사무소 취업을 희망하고 있어 익히 알려진 '사람인'이나 '잡코리아'같은 구직사이트보다는 '월간스페이스'에 올라오는 입사 공고를 주로 확인하는 편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찾아봤을 때와는 다르게 요즘은 어떤 곳이든 3년 이상의 경력직이거나 대리, 과장급 실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입이 설 곳은 없는 것인가 싶었다. 진짜 취업시장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도 커졌고, 얼른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도 더 강해졌다. 그러던 중 두 곳의 사무소에서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두 번째로 면접을 봤던 사무소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합격 메시지를 받았다.
첫 번째로 연락이 왔던 사무소는 엔지니어링 기반의 중견 기업에서 독립해 나온 건축설계 전문 디자인 사무소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멤버를 꾸리는 과정이라고 했다. 소장님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하다가 몇 년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 중 외국계이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 회화가 가능한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또, 엔지니어링 기반의 회사라 건축기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도 하더라. 나? 일단 영어는 적당히 듣고 말하기 가능하지만, 전문적인 비즈니스 대화는 자신 없는 편. 나? 자격증보다는 실무경험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자격증 아무것도 없음 청년... 건축기사 자격증이 꼭 필요하다면 최대한 빨리 준비해 보겠다고 답하고, 영어 회화 같은 경우에도 노력하겠다고 열정을 보여줬다. 지원자가 5-60명 정도 됐는데, 내가 처음으로 마음에 들어서 면접 보게 된 1번 지원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나처럼 바로 입사 가능한 사람도 있지만 재직 중이면서 지원하신 분들도 있어서 당장 결과를 알려주기 어렵다며, 그분들 일정도 함께 고려해서 결과를 2~3주 뒤에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뭔가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나를 차선책으로 두는 느낌? 찜찜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하고 면접을 종료했다.
두 번째로 면접을 갔던 사무소는 소장님과 과장님, 대리님이 함께 면접을 보러 오셨고, 사무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이 멤버가 함께 일하게 될 팀원 전부라고 하셨다. 다들 인상이 되게 좋으셨고, 면접 내내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더 말할 수 있도록 질문을 많이 해주셨다. 처음엔 조금 긴장한 상태로 대답했는데,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 물론 면접이라는 것이 회사와 잘 맞는 인재인지를 평가하기 위함이겠지만, 뭔가 평가받는다기 보다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라 신선했고, 내가 주도적으로 작업했던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엄청 경청해 주시고 리액션도 많이 해주셔서 진짜 신나고 즐겁게 조잘조잘 떠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무소의 매우 매우 큰 특징으로 일단 설계를 하면 무조건 짓는 편이라 현장 비중이 높고 직접 감리까지 다 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있다가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은 쉬워도 다른 회사에 있다가 우리 회사에 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현장 대응을 위해 너무 착하고 여린 사람은 안 좋아하신다고. 무수한 공모전 낙선으로 번아웃 왔던 나에게는 오히려 좋아~ 실제로 공간이 구현되는 것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에 너무 좋은 메리트로 들렸다. 끝으로 한마디만 해도 되겠냐 하고 " 저 생각보다 여린 편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는데, 다들 "네~ 여리시진 않을 것 같아요. 일 똑 부러지게 하실 것 같아요." 그러셔서 웃으면서 면접을 마쳤다. 먼가 느낌이 좋았다니깐… 담주에 결과 알려준다니깐 설레발치지 말아야지 했는데, 다음 주 월요일이 되자마자 합격 문자가 왔다! 야호~
취준을 계속 해온 나에게 스스로 뇌에 각인시키던 생각이 있다.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찾는 인재의 방향성과 다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타이밍.
자존감 떨어뜨리지 말고 꾸준히 자신을 발전시키다 보면 좋은 기회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은 타이밍~~!
면접 때 들었던 기억나는 몇 가지 질문들을 회상해 보면서 대화 내용을 정리해 봤다.
- 여러 다른 회사도 많았을 텐데 왜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었나?
: 저는 건축 설계가 퍼즐을 맞춰가듯이 하나하나 풀어가며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같아서 좋아합니다. 사무소의 홈페이지에서 진행하셨던 프로젝트를 설명한 글을 봤는데, 대지가 가진 제한이나 클라이언트의 요구등을 차근차근 풀어나간 그 과정을 담백하게 서술한 부분에서 내가 좋아하는 설계와 비슷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또 최근에 한남동에서 진행된 이타미준의 전시를 다녀온 뒤로 건축재료를 다루는 것 또한 건축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 이타미 준의 철학에 감명받아 재료와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좀 있는데, 지금껏 작업한 프로젝트에 두 번 이상 동일한 재료를 사용한 경우가 없는 사무소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재료적인 측면에서도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겠구나'하는 확신을 받았습니다.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개인이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텐데, 다른 이유는 더 없었는지?
: 사무소 소개 페이지에 봤던 '좋은 건축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짧지만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동기와 둘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거나 처음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때에도 소장님과 둘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잘 체감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6개월간의 UXUI 인턴 기간을 겪으며, 4-5인 이상이 팀으로 짜여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끊임없이 소통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서로를 배려하며 일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사람과 함께'라는 사무소의 소개 문구가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근사하고 멋진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는 가가 지금의 저에게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무소 소개 문구를 인상 깊게 봤다는 부분에서 소장님이 핵심을 잘 캐치했다고 놀라셨다.) - 이전 사무소를 그만두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 한두 달간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공사비 임금체불 문제로 무산되기도 하고 공모전을 줄줄이 낙선하기도 하면서 건축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내가 진짜 건축을 좋아하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도 생기면서 그만둘까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뭔가 건축이 아닌 다른 일을 한번 해보면 비교군이 생길 테니까 앞으로 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퇴사하고 UXUI라는 분야에 도전했었습니다. 해보니 UXUI도 재미있고 할 만했지만 여전히 건축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게 되었고, 10년 2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계속 건축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사실 공모전에 떨어진다거나 프로젝트가 무산된다는 게 사원이 걱정할 문제이기보다는 소장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이는데, 왜 그렇게 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때의 생각을 좀 더 말해줄 수 있는지?
: 사실 이전에 다녔던 사무소는 소장님과 저, 동기. 이렇게 3명이 다여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소장님과 나, 소장님과 동기 페어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소장님은 대외적인 업무를 보시며 교직도 겸하고 계셔서 실질적인 프로젝트 권한이나 자유도가 사원이지만 꽤 높은 편이었고 그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앞선 문제들이 사원인 저에게도 심각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를 조금 회상해 보면, 공모전 제출을 마치고 여름휴가를 꽤 길게 가졌었는데 그때 저는 가족들과 호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건축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던 시기라 부모님과 가족여행을 하며 이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부모님은 일이 너무 힘들면 건축직 공무원을 준비한다거나 다른 방향도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하는 동안은 지원해 줄 수 있으니 부담 갖지 말라고도 하셨습니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도 마음을 굳히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 같고, 호주를 여행하면서 대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지금까지 쳇바퀴를 달리듯 쫓겨온 것 같아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퇴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일을 한다거나 회의를 하면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는지?
: 앞서 말했다시피 사무소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적인 회의를 하기보다는 소장님과 작업물을 공유하며 개선하고 다듬어 가는 식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3시에 회의합시다'하면 그때까지 작업하다가 회의 들어가면 '요건 이러이러해서 요렇게 풀어봤고, 이건 이 방향으로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바꿔봤습니다'라던지 이야기를 하고, 소장님께서 피드백을 주시는 식이었습니다. UXUI 디자이너로 일을 할 때도 비슷했는데, 업무와 etc(마감기한)을 받고 그 시간까지 시안 2,3개를 제작해 피드백받고 수정하고 그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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